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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놓아 이름 부르던 그곳…"잊지 않겠다" 기억공간에 쌓인 마음

입력 2024-04-16 19:06 수정 2024-04-1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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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계속해서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이 있는 옛 팽목항 방파제로 가보겠습니다. 어제(15일)에 이어 오늘도 서복현 기자가 나가 있습니다. 연결해보죠.

서 기자, '기억공간' 어떤 곳인지 설명해 드릴까요?

[서복현 기자]

이곳 등대 방파제의 기억공간은 지난 10년 간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며 직접 만들어 왔습니다.

이렇게 추모 글귀가 담긴 타일이 200미터가량 이어져 있습니다.

입구의 노란 리본 조형물은 강풍에 쓰러진 적도 있었지만 시민들은 곧바로 더 튼튼하게 다시 세웠습니다.

[앵커]

그곳에 기억공간이 만들어진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서복현 기자]

방파제는 사고 해역과 가장 가까운 곳입니다.

참사 당시 세월호 가족들은 이곳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내 가족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기다렸습니다.

참사 현장까지는 뱃길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데요.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오늘 유족들은 사고 해역을 찾아 '선상 추모식'을 열었습니다.

그 길을 정진명 기자가 동행했습니다.

[정진명 기자]

세월호를 집어삼켰던 바다는 고요했습니다.

공교롭게 10년 전 오늘처럼 안개가 짙었습니다. 

'세월'이라고 적힌 녹슨 노란 부표, 저곳이 참사 위치입니다. 

아들이 보고 싶은 엄마는 다시 울었습니다.

[오늘 밤 꿈에 꼭 한 번만 나와줘. 더는 안 바랄게.]

[10년 전에도 너희를 사랑했어. 앞으로도 끝까지 사랑할게.]

살아 있었다면 스물 여덟.

함께 못한 일들이 마음 속 한이 됐습니다. 

[이용기/고 이호진 학생 아버지 : 아들이랑 술도 한잔도 못해봤는데 이제 성인이 됐으니까 아빠랑 아들이랑 술 한잔 해야지.]

바다 위로 국화 한송이를 던지고 눈물도 함께 떨굽니다.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게 꽃 한송이 뿐이라는 게 서러워서 더 울었습니다. 

10주기 선상 추모식에는 단원고 희생자 가족 등 48명이 함께 했습니다.

희생자 304명 이름을 일일이 불렀습니다. 

그리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김병권/고 김빛나라 학생 아버지 : 안전하고 안전하게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십시오.]

가족들이 이 바다에 머문 시간은 채 한 시간이 안됐습니다.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앵커]

이 소식 보는 동안 서 기자가 등대 앞으로 좀 더 이동했는데, 거기에는 어떤 추모 메시지들이 있습니까?

[서복현 기자]

추모벤치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한자한자 또렷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노란 리본은 색이 바라고 해지도 했지만 그때마다 이렇게 샛노란 리본이 다시 매어졌습니다.

'기억하겠다'는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결코 바래지 않은 겁니다.

오늘 등대 앞에는 이렇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들이 새로 놓여지기도 했습니다.

참사 1주기 때 이곳에 새겨진 비석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살아있는 우리는 부끄럽고 참담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시민들은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는 약속으로 승화시켜 왔습니다.

그리고 10주기를 맞는 오늘 그 마음을 변치 않겠다며 다시 한번 약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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